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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ÍN DELIŠ · HEAVY CONTEMPORARY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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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RALON.SPACE · ČLÁNEK

제2장 – 27호 문 앞의 남자와 열쇠가 삐걱거리는 영웅

그는 집 앞에 서서 마치 열쇠에게서 답을 구하듯 그것을 바라보았다. 물론 열쇠는 대답하지 않았다. 열쇠는 이 방면에서 대부분의 사람이나 기계보다 더 정직하다. 걸리지만 않는다면 자기가 할 일을 하고, 걸리더라도 그게 사적인 감정 때문은 아니다. 문은 사람에게 복수하지 않는다. 단지 오래되고, 조율이 잘 안 되어 있으며, 웬만한 소설보다 더 많은 손을 거쳐 갔을 뿐이다. […]

그는 집 앞에 서서 마치 열쇠에게서 답을 구하듯 그것을 바라보았다.

물론 열쇠는 대답하지 않았다. 열쇠는 이 방면에서 대부분의 사람이나 기계보다 더 정직하다. 걸리지만 않는다면 자기가 할 일을 하고, 걸리더라도 그게 사적인 감정 때문은 아니다. 문은 사람에게 복수하지 않는다. 단지 오래되고, 조율이 잘 안 되어 있으며, 웬만한 소설보다 더 많은 손을 거쳐 갔을 뿐이다.

프라하 3구에 있는 그 집은, 귀환이란 승리가 아니라 행정적 절차임을 사람에게 상기시켜야 할 때 마땅히 있어야 할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회반죽은 이미 떨어지는 것조차 불필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은 곳에만 간신히 붙어 있었다. 문은 무거웠고 자물쇠 주변이 긁혀 있었으며, 손잡이 부근에는 사람들의 손가락, 가방, 소매, 장바구니, 초조함, 그리고 날씨가 수년간 만들어낸 반질반질하고 기름진 반원이 남아 있었다.

초인종 옆에는 이름들이 있었다.

어떤 이름은 새로 인쇄되어 플라스틱 뒤에 정성스럽게 꽂혀 있었다. 어떤 이름은 낡고 바래서 글자라기보다는 차라리 사람이 남긴 흔적에 가까웠다. 어떤 이름은 스카치테이프로 덧붙여져 있었다. 또 다른 이름은 아예 사라졌지만, 초인종 위에는 마치 사람에게서 역할이 벗겨지고 그 아래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는 것처럼 직사각형의 더 밝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내 아들은 그 초인종들을 보지 않았다.

그는 열쇠들을 바라보았다.

열쇠고리에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열쇠가 달려 있었다. 그것 역시 집안 내력이다. 사람은 언제 쓸지 몰라서 오래전에 문을 열지 않는 물건들의 열쇠도 들고 다니기 마련이다. 가지도 않는 지하실 열쇠. 언젠가 교체된 오래된 우편함 열쇠. 어쩌면 이제 존재하지도 않지만 열쇠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버리면 왠지 예의가 아니라는 기분이 드는 자물쇠의 열쇠 말이다.

현관문 열쇠는 세 번째 시도 만에 찾았다.

영웅들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최소한 만화 속 영웅들에게는 말이다. 그들에게는 망토, 하늘의 신호, 동굴, 기지, 탈것, 때로는 집사도 있다. 내 아들에게는 열쇠 뭉치가 있었는데, 그중 두 개는 비슷했고, 하나는 수상하게 휘어져 있었으며, 또 하나는 아무 쓸모가 없었지만 만지면 묘하게 의미심장한 척을 했다.

그는 열쇠를 자물쇠에 꽂았다.

안 들어갔다.

다시 시도했다.

여전히 오지 않았다.

세 번째 시도는 더 성공적이었다. 금속이 걸려버리고, 열쇠를 위로 살짝 움직였다가 아래로, 그다음 자기 쪽으로 당겨야 하며, 자물쇠가 마치 방금 왕가의 운명을 결정이라도 한 것처럼 요란하게 찰칵 소리를 낼 때 놀라지 말아야 하는 상태를 성공이라고 간주한다면 말이다.

문이 스르륵 열렸다.

기꺼이 열어준 것은 아니었다. 프라하 3구의 그 집은 무엇이든 기꺼이 하는 법이 없었다. 집은 숙고 끝에 일들을 허락했다. 마치 문을 열어주긴 하되, 문경 구멍을 통해 정말 당신이 맞는지, 그리고 혹시 드릴이라도 빌리러 온 사람이 뒤에 서 있지 않은지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문을 열어주는 고모처럼 말이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는 낡은 집의 냄새로 그를 받아들였다. 습기, 먼지, 지하실, 오래전에 닦아낸 락스 냄새, 어떤 집에서 풍겨오는 과숙한 꽃 냄새, 그리고 정확히 이름을 붙일 수는 없지만 누구나 거기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는 금속성의 무언가가 뒤섞인 냄새였다. 낡은 집들은 오래된 가족 같은 냄새를 풍긴다. 저마다 그 냄새를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방문객은 즉시 알아차린다.

불은 지연을 두고 켜졌다.

극적인 지연이 아니었다. 실용적인 지연이었다. 그래, 그래, 지금 가고 있어, 사람은 한꺼번에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지, 라고 말하는 듯한 지연이었다. 천장에서 희미하고 용감한, 40와트나 될까 말까 한 백열등이 노르스름하게 켜졌다. 오늘날의 세상은 몇 초 만에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자기 목소리를 두려워하는 사람을 대신해 연애편지를 써주며, 어차피 돈도 없는 행성으로의 휴가를 계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복도에는 여전히, 할 수만 있다면 장애 연금을 신청하고 싶어 할 것 같은 백열등이 켜져 있었다.

내 아들은 그 불빛 속에 서 있었다.

아직 라텍스 차림은 아니었다.

나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는 평범하게 옷을 입고 있었다. 물론 뒷방에 'LA-TEX-HOMME'라고 적힌 상자를 두고 왔으며 분명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채비를 하는 사람에게 '평범하다'는 단어를 쓸 수 있다면 말이다. 그는 점퍼와 신발, 가방을 걸치고 어깨에는 피로를 짊어진 채, 집에 돌아왔지만 이곳이 집인지 아니면 단지 주소일 뿐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딘가 위쪽에서 문 잠기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는 적막.

이어 아주 조용한 바스락거림.

현관문 외시경.

당연히.

외시경은 집의 눈이지만 비겁하다. 한쪽에서만 바라보면서 그것이 보안 장치인 척까지 한다. 사람들이 오래 살고 있는 건물에서는 카메라도 필요 없다. 외시경, 커튼, 반쯤 열린 문, 쓰레기통을 들고 나온 이웃 여성들, 그리고 사회를 감시하기 위한 훌륭한 핑계인 개를 데리고 하루에 여섯 번씩 산책하러 나가는 남성들이 있으니까.

내 아들이 고개를 들었다.

많이는 아니었다. 자기가 알고 있다는 것을 티를 낼 만큼만.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현명한 일이었다. 렌즈와는 토론할 수 없다. 렌즈에는 논거가 없고, 오직 시야만 있을 뿐이다.

그는 계단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있긴 했지만, 오래된 건물의 엘리베이터란 층과 층 사이에서 인생의 일정 부분을 그 안에 갇혀 보낼 가능성을 기꺼이 감수할 때만 이용하는 물건이다. 내 아들은 걸어 올라갔다. 영웅이라서가 아니었다. 때로는 계단으로 가겠다는 결정이, 바닥에는 리놀륨이 깔려 있고 철제 문이 달리며, 타고 올라가는 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초췌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도록 거울이 붙어 있는 기계에 대한 불신의 표현일 뿐이기 때문이다.

계단이 삐걱거렸다.

모든 집에는 도둑조차 배신하는 계단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이곳에는 몇 개나 있었다. 계단들은 마치 '저 사람 온다, 위로 올라오고 있어, 가방을 들고 있네, 피곤해 보여, 그래 바로 저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듯 저마다 다른 음조로 삐걱거렸다.

열쇠가 삐걱거리는 영웅.

계단이 삐걱거리는 영웅.

2026년이었다면 디지털 잠금장치, 스마트 밴드, 안면 인식, 그리고 말 한마디에 열리는 문을 가졌을지도 모를 주인공. 물론 그가 사는 집이 첫 겨울을 지나면 스마트 잠금장치마저 삐져 버릴 곳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안면 인식 기능이 알고리즘보다 누구든 먼저 알아채는 맞은편 아줌마를 어떻게 뚫어내야 할지 난감한 곳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는 아파트 현관문 앞에 다다랐다.

27호.

거기서 멈춰 섰다.

오래는 아니었다. 문 너머에 있는 게 단순히 방 하나가 아니라는 걸 알 때 사람이 필요한 딱 그만큼의 시간 동안. 거기엔 미뤄뒀던 모든 게 있었다. 탁자 위의 물건들. 고지서. 찻잔. 침묵. 뒷방. 상자. 먼지. 옛 이름. 그리고 너무 오래 기다린 나머지 사물이 기다리는 방식을 넘어 책망하는 방식으로 기다리기 시작한 무언가.

그는 알맞은 열쇠를 꺼냈다.

이번엔 단번에.

그것만큼은 인정해 줘야겠다.

그가 문을 열었다.

아파트 현관문이 어둠 속으로 열렸다.

그리고 내 아들은 밖에서 돌아오는 사람처럼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전설이 아니라.

아직 아니요.

전설은 먼저 신발을 벗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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