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RALON.SPACE

ANTONÍN DELIŠ · HEAVY CONTEMPORARY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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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RALON.SPACE · ČLÁNEK

022.01 TOM – 종잇장 벽 9월 11일 05:00 – 12:30

9월 11일 여명이 머뭇거리며 찾아온다. 거리는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며 여전히 반쯤 꿈속에 머물러 있다. 공기에서는 갓 구운 빵 냄새와 브레이크의 미세한 먼지 냄새가 나고, 침묵에는 가볍고 밀가루 같은 맛이 감돈다. 전차가 덜컹거리며 전조등 불빛으로 어둠을 똑같은 두 조각으로 가른다. 도시가 그 순간 숨을 들이쉬고, 하루가 닳아 없어지기 전까지 잠시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스토리보드 — 베로니카 디테일: […]

11.9.

여명이 머뭇거리며 찾아온다. 거리는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며 여전히 반쯤 꿈속에 머물러 있다. 공기에서는 갓 구운 빵 냄새와 브레이크의 미세한 먼지 냄새가 나고, 침묵에는 가볍고 밀가루 같은 맛이 감돈다. 전차가 덜컹거리며 전조등 불빛으로 어둠을 똑같은 두 조각으로 가른다. 도시가 그 순간 숨을 들이쉬고, 하루가 닳아 없어지기 전까지 잠시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스토리보드 — 베로니카

클로즈업: 블록 위에 흩뿌려진 물방울.

클로즈업: 두 손으로 메달을 꽉 쥐고, 손가락이 가장자리를 더듬는다.

빈 액자 — 아직 무엇을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침묵.

GRINDR ORBIT (TONY LEUNG) I’m a shadow in your orbit,
A name you’ll never see, Floating in the whispers of a world That’s
not quite me. Your phone lights up, another call, But I stay
in the gray, Waiting for the moment When your world looks my
way. I’m just a step, a glance, a breath, A click away from you.

The distance burns, the silence stirs, What would you say if you
knew?

TOM

새벽 다섯 시, 침묵이 내 안에서 시멘트처럼 굳어간다. 부엌은 물고기 없는 어항처럼 조용하다—오직 필터만 단조로운 거품 소리를 내며 맥동한다. 늘 똑같다. 마치 시간이 어느 한순간에 멈춰버린 것처럼.

엄마가 잔다. 숨소리가 너무 조용해서 숨은 쉬고 있는지 가끔 귀를 기울여야 할 정도다. 엄마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고 자국이 남지 않도록 스트랩을 조절해 준다. 남은 밤 동안 아파트 안을 서성였다. 손가락이 저리고 머릿속이 짙은 안개처럼 멍하다. 하지만 잠이 올 리 없다.

냉장고를 연다. 별것 없다. 우유 팩 하나랑 엄마가 가끔 떠먹는 일회용 푸딩. 그러니까 거의 아무것도 없다. 자석 칠판에 '사기'라고 적고는, 이걸 살 돈이 대체 어디에서 날지 골똘히 생각한다.

그라인더를 다시 깔았다. 왜 그랬는지는 정말 모르겠다. 그 멍청한 아이콘이 날씨 앱 옆에서 마치 원래 세트인 것처럼 빛난다. 먼저 천둥소리, 그다음엔 떡. 이걸로 뭔가 증명이라도 한 것처럼.

욕실에서 엄마를 깨우지 않으려고 수건으로 머리를 말린다. 드라이기를 쓰면 더 빠르겠지만 그 소음은… 투명인간이 되려고 애쓴다. 그림자처럼 조용히 움직이기. 이제는 익숙해졌다.

싱크대 옆에 출발 카드가 놓여 있다. 아침 수영 7시.

숨을 쉬자,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냥 숨을 쉬는 거야.

방에서 엄마의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잠꼬대다. 누군가 내 폐를 쥐어짜는 것처럼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구해야겠다. 을지로에서의 몇 타임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는 걸로. 엄마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린다. 너무 연약하다. 대체 몸무게가 얼마나 될까? 50킬로? 그보다 적으려나?

커피 머신을 켜자, 밧줄이 수면을 탁 치듯 커피 찌꺼기가 튀어나온다. 씨발. 안 깨어났으면 좋겠다. 가방을 챙긴다. 물, 수건, 수영복, 샤워 젤, 데오드란트. 모든 걸 기계처럼, 생각 없이.

집을 나설 때면, 두 번 배신하는 기분이 든다. 나 자신과 엄마를 말이다. 엄마는 여기에 혼자 남고, 나는 또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을 하러 가니까. 하지만 내게 다른 수가 뭐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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