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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술과 함께한 1년

기억술과 함께한 1년

이 세 가지 과정을 비교적 짧은 간격으로 '패키지' 형태로 모두 수료했다고 말해두어야겠다. 고급 기억법 과정은 '근본적인 실수'를 한 상태로 수강했는데, 전혀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오히려 그 반대의 상태로 참석했다.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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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브 포크의 강좌인 '외국어 속성 학습', '기초 및 고급 기억법 과정'을 수료한 지 1년이 지났다.

이 세 가지 과정을 비교적 짧은 간격으로 '패키지' 형태로 모두 수료했다고 말해두어야겠다. 고급 기억법 과정은 '근본적인 실수'를 한 상태로 수강했는데, 전혀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오히려 그 반대의 상태로 참석했다.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뇌가 휴식 상태일 때와 피로에 지쳤을 때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그 극명한 차이를 깨달았다. 그로 인해 다음 한 달 동안은 여가 시간에 강좌에서 놓친 부분들을 '따라잡는 데' 보냈다. 예를 들어 나만의 긴 기억의 궁전을 만들고, 카드 한 벌의 순서를 기억 속에 저장하는 훈련을 했다.

마스터 시스템(master system)을 다루었던 기초 과정에서부터, 내 뇌가 상상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개념들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숫자를 저장하기 위한 마스터 시스템에는 나만의 고유한 용어들이 많이 포함되었고, 이것이 심화 과정에서도 장애물이 되었다. 심화 과정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래의 마스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 역시 (카드를 저장할 때) 방해를 받았다.

마스터 시스템을 수정하지 않고 강좌를 수료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내 뇌에는 많은 자극이 필요하다.

1년이 지나면서 나만의 자료들, 즉 나만의 기억의 궁전을 정리해 보았지만, 그것들은 왠지 생명력이 없어 보인다. 야쿠브 포크가 강좌에서 모든 것을 소리 내어 말하듯,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기억의 궁전을 소리 내어 만드는 법을 배웠다. 조용한 모드로 들어가면 정보가 흐려지고 저장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무언가를 배울 때는 적어도 입속에서 웅얼거리듯 소리를 내야 한다. 기억의 궁전 하나는 특별히 애쓰지 않고 강아지와 산책을 하던 중에 머릿속 저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대체로 내겐 '어린시절의 집들', 이를테면 할머니와 할아버지 댁, 혹은 내…. 아마 내가 원래 집돌이라 어디서든 머무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기억의 궁전으로 '어린시절의 집' 같은 기억의 길이 더 잘 작동한다. 아니면 누가 알겠는가 — 그냥 마음속에 깊이 박혀 있어서, 기억 속에는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지점들만 남고 쓸데없는 것들은 남아 있지 않다. 신발장이 보이고, 의자가 보이고, 여기는 난간, 여기는 구멍 뚫린 합판 문, 여기는 전화기 — 내 방이나 주변 환경으로 복잡하게 기억의 길을 만들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더 짧거나 더 긴 길들을 실제로 만들어 보았지만, 그 길들에는 의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초 과정에서 배운 기억의 길과 '어린시절 집으로 가는' 길들을 활용하고 있다.

활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미 있게 써먹지는 못했다. 깊은 슬픔의 여파인 우울증과 1년 동안 싸웠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그것이 학습 과정에 상당한 지장을 주었다. 우울증은 잦은 병치레와 회복을 불러일으켰고, 그때마다 반복과 저장 과정이 깨져 버렸다. 사실상 내 새로운 세팅이 끊임없이 리셋되는 셈이었다.

우울증과 함께 보낸 그 1년 동안 나는 예를 들어 프랑스어, 엔드랄론어, 영어를 배우려고 애썼다. 야쿠브의 앱도 활용했는데,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긴 했지만 야쿠브의 강의에 우리 엄마도 가게 되면서 조금 도움이 되었다. 야쿠브가 계속하라고 조금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그래서 앱에서 영어 단어들을 닦았다. 닦는다는 건 영구 기억 속에 단어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 그러니까 사실상 모든 단어를 훑어보며 하나하나 닦아내는 것이다. 앱에 프랑스어와 엔드랄론어 단어도 입력하려고 애썼고, 시간이 지나면서 도쓰라크어 단어 몇 개도 추가했다.

웹 인터페이스를 통해 단어를 입력해야 했고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 학습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반대로 나를 꽤 지치게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제 PC 앞에 그렇게 오래 앉아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때는 '전화기'와 함께 잠들고, 아침을 먹고, 일하고, 놀고, 사람을 사귀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그래서 앱과도 꽤 싸웠다. 이제 1년이 지난 지금,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길에 단어 복습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앱을 다시 깔아볼까 고민 중이다.

요즘은 한국어를 파고들고 있다. 프랑스어에 덜컥 뛰어들었던 것처럼, 지속되는 우울증 덕분에 그 속에서 덜컥 튀어나왔고 — 우울증을 극복한 후에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아예 다른 곳에서 시작했기에, 한국어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건드리기만 하고 진득하게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 과정의 단점은 내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지만, 사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금도 엔드랄론어의 'vesurozviol'(출혈), 도쓰라크어의 'khasar', 'khalasar', 'khalakka'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볼트 운전기사로 일할 때 외국인들이 종종 내 어휘력이 풍부하다고 말하곤 했다. 단어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하지 않고 그냥 술술 말하는 모습이 그들에게 꽤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마스터 시스템은 활성 기억 테스트에서 100점 만점에 80점을 받았기 때문에 최근에 다시 꺼내어 손봐야 했다. 그래서 다시금 조율해 두었다.

이름과 성을 저장하는 기술은 새로 경비원으로 일하게 된 지금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IT 부서에서 경비원들이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하는 걸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내 훈련 방식은 이렇다. 출근하는 사람이 회전문으로 들어오는 걸 2초 동안 보고, 1초 뒤에 그의 이름과 성이 화면에 뜬다. 엄청난 속도로 1~2초 안에 얼굴의 특징적인 요소를 찾아내어 빠르게 연상 작용과 연결하려고 애쓴다. 첫 달 동안 임원진 30명과 직원 30명의 이름을 외웠고, 순찰 돌며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건네며 다시 복습하고 있다. 앞으로 270명의 직원이 더 남아 있다. 의무로 하는 건 아니다. 자발적으로 하는 쪽에 가깝지만, 꽤 쏠쏠하게 잘 작동한다.

기본적으로 나는 정보를 저장하는 것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시도해보는 방식이 더 잘 맞는다. 일단 고민하기 시작하면 흥미를 잃고 그만두게 된다. 1년이 지나고 보니 나는 ‘1년, 반년, 2년 시간을 주겠다’는 식이나 ‘무언가에 집중하겠다’는 식의 스타일로는 무언가를 배울 의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보다는 ‘말처럼 펄쩍펄쩍 뛰며’ 이 이것저것 맛보는 편에 가깝다. 목표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뚜렷하게 좇아가는 목표가 없어서 내 길에 마주치는 것들을 가지고 훈련하려 애쓰는 것이다.

나는 전화번호나 한 번 마주친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저장하는 연습을 해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얼마 전에는 얼굴 특징과 이름을 연결해 저장하는 연습을 했던 사람에게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구조대원들에게 그 사람에 대해 ‘모른다’는 것 외에는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러니 반복 없이는 도무지 안 된다. 이따금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착 달라붙어 저장되는 것들도 있지만, 그건 그저 우연에 가깝다.

결국 내 성패의 걸림돌은 체계적인 반복이다. 그런데 나는 1년이 지나도록 그 체계를 도무지 세우지 못하고 있다. 내 삶 자체가 어떤 체계도 없고 산골짜기의 급류처럼 바쁘게 흘러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인정해야겠다. 내 두뇌의 기능성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내 뇌가 무엇을 기억해낼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냥 엉망진창 죽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의 내 뇌는 비록 기복은 있을지언정 확실히 기능하는 뇌이며,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내 방식은 말처럼 펄쩍펄쩍 뛰며 즐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법률’이나 ‘중의학’이나 ‘외국어’를 그런 식으로 머릿속에 털어 넣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럴 필요가 있는 걸까?

나는 내 주변 환경, 사람들, 정보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항상 모든 것을 제대로 저장하지 못하고 내 부주의 때문에 무언가를 자주 잊어버리게 되더라도, 사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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