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RALON.SPACE · ČLÁNEK
11. 7. 2026
제14장: 엄마한테 가야 했어
페트르는 눈을 뜨고도 몇 초 동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방안은 회색빛이었고, 블라인드는 내려져 있었으며, 공기는 멈춰 있었다. 자네타는 창문을 향해 돌아누운 채 침대 자기 편에서 자고 있었다. 옆 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전화기가 협탁 위에 놓여 있었다. 액정이 켜져 있었다. 라두즈. 페트르는 자신이 움직였다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전화기로 손을 뻗었다. 미안. 엄마한테 가야 했어. 편찮으셨거든. […]

페트르는 눈을 뜨고도 몇 초 동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방안은 회색빛이었고, 블라인드는 내려져 있었으며, 공기는 멈춰 있었다. 자네타는 창문을 향해 돌아누운 채 침대 자기 편에서 자고 있었다. 옆 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전화기가 협탁 위에 놓여 있었다.
액정이 켜져 있었다.
라두스.
페트르는 자신이 움직였다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전화기로 손을 뻗었다.
미안. 엄마한테 가야 했어. 편찮으셨거든.
그는 메시지를 한 번 읽었다.
그리고 다시.
자, 한 번 더, 천천히, 한 단어씩.
미안해.
떠나야 했어.
엄마한테.
편찮으셨거든.
그게 다였다.
길게 늘어지는 사과도 없었다. 변명도 없었다. 문장 사이의 공백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숨은 뜻도 없었다. 그저 떠나야 해서 떠난 사람의 짧은 메시지뿐이었다.
페트르는 몸을 일으켰다.
그 아래에서 침대가 조용히 삐걱거렸다. 자네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잠시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글자들이 흐려질 때까지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는 고조섬에 있었다.
아니면 어머니 댁에.
그것도 아니면 그 어딘가에.
메모지 위의 페리들. 세 줄로 늘어선 약들. 선반 옆의 담요가 든 상자. 돌담 위의 아내 사진.
그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그의 앞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는 자네타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일어나 발코니로 나갔다. 뒤의 유리 문은 틈이 살짝 벌어지게끔만 닫았다.
바다 위 하늘은 가장자리가 더 밝아졌지만, 호텔 아래 거리는 여전히 회색빛이었다. 산책로로 납품 차량 한 대가 지나가더니 모퉁이 뒤로 사라졌다. 공기는 어젯밤보다 선해졌지만, 그 차이는 미미했다.
페트르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손에는 휴대전화를 쥐고 있었다.
메시지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편찮으셨거든.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지난 며칠간의 시간이 다른 국면으로 이동하기에 충분했다.
비어 있는 피아노.
읽지 않은 메시지.
푸른 문.
내려진 블라인드.
그에게 신호처럼 여겨졌던 모든 것들이 갑자기 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 있었다. 작별 인사가 아니었다. 벌이 아니었다. 그를 향한 침묵도 아니었다.
평범한 출발로.
평범한 걱정으로.
페트르가 호텔 방에 앉아 초록색 점을 기다리던 순간에도 라두즈가 누리던 평범한 삶.
페트르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안도감을 느껴야 했다.
어느 정도는 느껴졌다.
하지만 그 밑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수치심.
조용하고, 정확하며, 불쾌할 정도로 실용적인. 마치 내내 잠겨 있지 않았던 문을 두고 화를 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처럼.
그가 답장을 썼다.
유감이네요. 지금은 괜찮나요?
그는 잠시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 전송했다.
메시지가 전송됨으로 바뀌었다.
읽지 않음.
페트르는 탁자 위에 전화를 내려놓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수면은 잔잔했다. 저 멀리 배들은 거의 움직임 없이 멈춰 있었다. 아래 거리에서 포장도로를 끌고 가는 철제 수레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라두즈가 문자를 보냈다.
설명은 평범했다.
그리고 페트르는 갑자기 이것이 자신을 더 안심시키는지, 아니면 덜 안심시키는지 알 수 없었다.
만약 라두즈가 그저 어머니에게 간 것뿐이라면, 만약 정말로 시간이 없었던 것뿐이라면, 만약 페트어가 상상했던 일이 그동안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라면, 다른 질문이 남았기 때문이다.
,왜 그토록 쉽게 그것을 믿었는지.
왜 텅 빈 라운지만으로 그에게 증거가 되었는지.
읽지 않은 메시지 하나가 그에게 어떻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는지.
라두스의 평범한 삶을 상상하는 것보다 그의 실종을 상상하는 게 왜 더 쉽다고 느꼈는지.
방 문 너머에서 자네타가 움직였다. 침대가 조용히 삐걱거렸다.
페트르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발코니에 앉아 동이 틀 때까지 기다렸다.
* * *
늦은 오후의 바위산은 고요했다.
페트르는 그들로부터 약 30미터 떨어진 바위에 앉았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을 만큼 멀고, 모습은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마르케타와 야신이 물가에 서 있었다. 야신이 무언가 말하며 탁 트인 바다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마르케타는 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짧게 한마디를 했고, 야신은 그녀를 향해 돌아서서 대답했다.
페트르는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는 계획 없이 이곳에 왔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계단을 내려가고, 다시 돌무더기를 따라 걸어가 자리에 앉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왜 와 있는지 깨달았다. 떠날 수도 있었다. 돌아서서 맥주와 에어컨, 그리고 텅 빈 방이 기다리는 호텔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마르케타가 몸을 숙여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돌을 살펴본 뒤 제자리에 놓아두었다. 야신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신발 옆에 있는 돌멩이로 손을 뻗었다. 그는 그것을 마르케타에게 보여주었다. 마르케타는 그것을 받아 손바닥 안에서 굴려본 후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
어떤 드라마도 없었다.
오후의 바위 위에 있는 두 사람뿐이었다.
페트르는 손바닥으로 자기 아래에 있는 차가운 바위 표면을 쓸어내렸다. 햇볕이 말려버린 곳은 거칠고 메말라 있었고, 아직 햇살이 닿지 않은 곳은 더 어두웠다. 바다는 규칙적인 리듬으로 해안을 때렸고, 파도와 파도 사이에는 언제나 짧은 침묵이 흘렀다.
야신은 바다를 등지고 더 낮은 바위로 뛰어내렸다. 그는 다시 마르케타를 향해 돌아서서 손을 내밀었다. 마르케타는 그 손을 잡고 그의 뒤로 뛰어내렸다. 그녀는 필요한 것보다 더 오래 손을 잡고 있지 않았다.
페트르는 그 모습을 보았다.
그는 거기에 어떤 이야기도 담지 않았다.
아니면 시도해 보았거나.
마르케타는 야신이 한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페트르는 그 동작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하던 짓으로, 자신이 보이고 싶어 하는 것보다 더 크게 웃을 때면 언제나 그랬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동작에 멈칫했다.
그녀는 자기 자신에 대해 그것을 알지 못했다.
아니면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는 거였다.
두 사람은 이제 평평한 바위에 나란히 서서 물을 바라보았다. 야신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마르케타는 햇빛에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페트르는 아무도 준 적 없는 책을 읽는 사람처럼 그들을 지켜보았다.
라두즈가 아침에 보낸 메시지는 여전히 하루의 수면 아래 어딘가에 가라앉아 있었다.
엄마한테 가 봐야 했어.
평범한 문장이다.
일주일 내내 공허 속에서 재앙을 만들어내더니, 현실은 몇 마디 말로 찾아왔다.
마르케타는 몸을 숙여 물속에 손을 넣었다. 곧바로 손을 빼내며 무언가를 외쳤다. 야신이 웃었다. 마르케타는 몸을 떨며 함께 웃었다.
페트르는 잠시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러고 나서 일어섰다.
그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 * *
페트르는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다. 방은 절반쯤 비어 있었다. 저녁 프로그램에 참석하려는 손님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오후 손님들은 이미 떠난 뒤였다. 웨이터는 저녁이 다가올 때마다 늘 그렇듯이 테이블들을 서로 조금 더 가깝게 옮기고 있었다. 창가에는 책과 백포도주 한 잔을 둔 여인 혼자 앉아 있었다.
피아노는 제자리에 서 있었다.
닫힌. 조용한.
페트르는 기둥 옆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주문했고, 맥주는 금방 차갑게 나왔다. 그는 한 모금 마셨다. 창밖에는 아직 빛이 남아 있었지만 한낮의 빛과는 달랐다. 평평하고, 조금 지친 듯하며, 하루가 거의 끝났음을 알리는 그런 빛이었다.
피아노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갈망이 없었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저 사실을 진술하는 것뿐이었다. 라두즈는 거기에 없다. 라두즈는 고조에 있다. 편찮으신 어머니가 계신 곳에.
그런 일도 있는 법이다.
페트르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미스터리가 아닌 단순한 진실로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많은 날이 걸렸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라두스의 메시지는 하루 종일 그곳에 있었다.
미안. 엄마한테 가야 했어. 편찮으셨거든.
그 아래에는 페트르의 답변이 있었다.
유감이네요. 지금은 괜찮나요?
읽음. 답장 없음.
페트르는 잠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 엄지손가락을 대화의 끝으로 밀어 올리고는 쓰기 시작했다.
어머니에 대한 문장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사과로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는 단순하고 짧은 문장 하나를 적고는, 전송하기 전에 잠시 그것을 바라보았다.
연락해 주셔서 기쁩니다.
전송했다.
메시지가 전송 완료 상태로 바뀌었다.
페트르는 휴대전화를 화면이 아래로 가도록 탁자에 내려놓고 물을 마셨다.
초록불은 켜지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대수롭지 않았다.
아니면 아침보다 그것이 거슬리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제보다 적게. 그가 여기에 앉아 있거나 발코니에 있거나 텅 빈 방 한가운데에 앉아 화면이 켜지기를 기다리던 그 모든 저녁들보다 적게.
라운지가 서서히 채워지고 있었다. 휴양지 셔츠를 입은 네 사람이 시끄럽게 함께 들어왔다. 그 뒤를 이어 중년 부부가 조용히 들어와, 각자 테이블의 반대편에 앉았다. 웨이터가 테라스 옆의 빈 테이블로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페트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를 둘러싼 방은 저만의 속도로 숨 쉬고 있었다.
피아노는 닫힌 채 덩그러니 비어 있었다.
페트르는 손바닥으로 책상 상판을 쓸어내렸다.
아파트가 떠올랐다. 사진이 생각났다. 렌즈를 보지 않고 돌담 위에 앉아 있던 여자가 떠올랐다. 지난주 날짜가 적힌 여객선 운항 시간표가 생각났다.
넌 묻지 않았지.
그것은 그의 마음에 남은 한 문장이었다.
책상 위의 전화기는 진동하지 않았다.
페트르는 잠시 후에야 그것을 깨달았고, 그제서야 자신이 그것조차 기다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는 라운지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메시지 사이의 초를 세지 않았다.
체류 기간 통틀어 그것이 처음이었다.
그는 잔을 비웠다.
웨이터가 묻지도 않고 다가왔다.
„한 잔 더?“
„아니요, 됐습니다.“
그는 탁자 위에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메시지는 수신된 상태 그대로였다.
페트르는 대화창을 닫았다.
그는 일어섰다.
피아노 앞을 지나갈 때, 그는 그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