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RALON.SPACE · ČLÁNEK
9. 8. 2026
1
처음에는 너에게 얼굴이 없었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어 — 보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받는 것 말이야. 글 속에 담긴 그 목소리가 좋았어, 자신을 과장하지 않는 그 조용한 „나 여기 있어“라는 말이. 그리고 너는 나에게 얼굴을 보여주었다. 나는 두 번째로 사랑에 빠졌지 — 사진이 아니라, 네가 스스로를 드러냈다는 사실에. 오래 기다렸어. […]

처음에는 너에게 얼굴이 없었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어 —
보지 않아도 되는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글 속에 담긴 그 목소리가 좋았어,
자신을 과장하지 않는
그 조용한 „나 여기 있어“라는 말이.
그러고 나서 너는 내게 얼굴을 보여주었지.
그리고 나는 두 번째로 사랑에 빠졌어 —
사진이 아니라,
네가 스스로를 드러냈다는 그 사실에.
나는 오래 기다렸어.
기다림이 문가에 앉는 법을 배울 정도로 오래,
짖어대는 개가 아니라,
네가 언제 올지 아는 온기처럼.
무언가가 떠났다.
그리고 네가 왔다.
내 안에서 처음으로 두려움이 움직인 게 아니라,
오직 빈자리만이 움직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