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RALON.SPACE · ČLÁNEK
5. 7. 2026
08.04 TOM – 침묵의 깊이 7월 16일 06:00 – 00:30
언젠가는 숨는 걸 멈춰야 할 거야. 언젠가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하는 걸 멈춰야 할 거야. 빅토르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듣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들린다. 몇 번이고 다시. 마치 내 뇌에 직접 새겨넣은 것처럼.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하는 법을 잃어가고 있다. 나는 항상 내가 누구인지 알았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은? 지금은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

언젠가는 숨는 걸 멈춰야 할 거야. 언젠가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하는 걸 멈춰야 할 거야.
빅토르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듣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들린다. 몇 번이고 다시. 마치 내 뇌에 직접 새겨넣은 것처럼.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하는 법을 잃어가고 있다. 나는 항상 내가 누구인지 알았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은? 지금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가 싫다. 너무나 싫어서 타오를 지경이다. 안에서부터. 모든 곳에서. 증오는 내 혈관을 타고 흘러내리며 내가 예전에 이었던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길 같다. 내가 원했던 모든 것.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
아니면 두려움인가? 그의 눈을 들여다볼 때 내가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거울 속 내 자신의 눈을 들여다볼 때 내가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일어선다. 차가운 돌 위에 앉아 있던 탓에 다리가 굳어 있다. 떠나기 전에 물가를 다시 한번 바라본다. 내 비친 모습을. 나를 알아보지 못하겠다. 나를 바라보는 저 아이를 알아보지 못하겠다. 길을 잃은 것 같다. 텅 비어 보인다. 내가 절대 되고 싶지 않았던 누군가처럼 보인다.
돌m을 들어 물가에 던진다. 내 모습이 비치는 바로 그곳에. 물결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다 사라진다. 마치 내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돌아서서 걸어간다. 하지만 물 위에 드리워진 그 그림자는 여전히 거기 있다는 걸 안다. 내가 그것과 마주하기로 결심할 때까지. 나 자신과 마주하기로 결심할 때까지.
집에는 갈 수 없다. 엄마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테니까. 엄마한테는 그런 레이더가 있다. 뭔가 일이 생기면 언제나 안다. 그리고 난 지금 그 어떤 것도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나 자신에게조차 그 어떤 것도 설명할 준비가 안 됐다.
거리를 정처 없이 걷는다. 목적지는 없다. 그냥 걷는다. 내 주변으로 사람들이 일터든 어디든 가려고 바쁘게 스쳐 지나간다. 모두들 어딘가에 속해 있다. 모두들 어딘가로 향한다. 모두들 자신이 누군지 알고 있다.
어떤 상점의 쇼윈도 앞에 멈춰 선다.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보인다. 창백하다. 눈 밑이 퀭하다.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사람 같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어쩌면 난 내내 잠들어 있다가 이제야 깨어나는 걸지도.
진정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난… 무언가가 필요하다. 누군가가. 하지만 누구를?
베로니카가 나를 차단했다. 난 그 애를 곤경에 빠뜨렸다. 그 애를 이용했다. 개자식처럼. 내가 절대 되고 싶지 않았던 그런 인간처럼. 이제 그 애는 나를 보조차 하려 들지 않고, 누가 그 애를 탓할 수 있겠는가?
토니? 그 녀석은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모든 게 완벽하게 돌아가는 자기만의 세계. 나 같은 녀석이 낄 자리는 없는 곳. 자기 감정이 어땠는지 인정조차 못 할 만큼 겁에 질린 녀석이 낄 자리는.
그리고 빅토르… 아니. 그 사람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 그를 때렸을 때의 그의 눈빛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에게 입힌 그 멍 자국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를 탈의실에 혼자, 다친 채로 그렇게 두고 나온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생각하게 된다. 계속. 쉴 새 없이.
휴대폰을 꺼내 연락처를 넘겨본다. 거기에 있다. 그의 이름. 그의 번호. 터치 한 번이면 그에게 전화할 수 있을 텐데. 터치 한 번이면… 뭐라고? 뭐라고 말해야 하지? „때려서 미안해? 변태라고 해서 미안해? 네가 나한테 느끼는 감정을, 내가 너한테 느끼는 감정을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쫄보 같은 겁쟁이라서 미안해?“
아니. 안 된다. 입밖으로 꺼낼 수도 없다.
휴대폰이 손안에서 다시 진동한다. 엄마. 또. 이번에는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평소처럼 들리도록 애쓰며 내가 말한다.
„토미크,“ 엄마의 목소리는 지쳐 보이지만 걱정이 가득하다. „어디니, 우리 딸? 아니, 아들? 집에 없어서… 네가 필요하단다.“
젠장. 젠장. 젠장.
„미안, 엄마,“ 내가 말하며 눈을 감는다. „나… 밖에 있었어. 집에 가는 중이야, 알았지? 금방 갈게.“
„좋아,“ 그가 조용히 말했다. „기다릴게.“
나는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었다. 무언가를 부수고 싶었다. 소리 지르고 싶었다. 울고 싶었다. 대신 나는 돌아서서 집을 향해 걸어갔다.
엄마는 내가 필요하다. 언제나 그랬듯. 그리고 나는 엄마 곁에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그게 내가 잘하는 유일한 일이니까. 다른 사람들을 위해 곁에 있어 주는 것. 내 자신을 위해서는 한 번도 그런 적 없지만.
내가 집에 들어갔을 때 엄마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위태로워 보였다. 언제든 부서질 것 같은 도자기 인형처럼. 하지만 나를 보자 엄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토미쿠,“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안녕, 엄마,“ 내가 침대에 다가가며 말했다. „미안해. 좀 어때?“
„나아졌어,“ 그녀가 말하며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꽉 쥐었다. 너무도 마른 손이었다. 너무도 약했다. „어디 갔었니? 네가 걱정됐단다.“
„산책 좀 하고 왔어,“ 내가 거짓말을 했다. „머리를 좀 식혀야 했거든.“
„운동 때문에?“ 그녀가 걱정스러운 듯 묻는다.
„응,“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 장학금이 필요해서.“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다. 학교도 문제의 일부다. 수영장도 문제의 일부다. 빅토르도 문제의 일부다. 나도 문제의 일부다.
„그것에 대해 얘기해 주지 않을래?“ 그녀가 부드럽게 묻는다.
내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별거 아니에요, 엄마. 그냥 스트레스예요.“
그녀가 그 특유의 꿰뚫어 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거짓말을 할 때면 언제나 알아채곤 하던 그 눈빛으로.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너무 피곤해서일지도 모른다. 내가 어차피 진실을 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화제를 바꾸려고 내가 묻는다. „배고파요? 뭐 좀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등 좀 봐줄래? 욕창이 생긴 것 같아서.“
„그래, 알았어,“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녀가 옆으로 눕도록 돕고 잠옷을 말아 올린다. 그녀의 등은 마르고 뼈 위에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욕창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부드럽게 크롬을 발라 마사지한다. 나는 그녀가 이것을 좋아한다는 걸 안다. 이것이 그녀를 안심시킨다는 걸 안다.
„좀 나아지셨어요?“ 일이 끝나자마자 내가 묻는다.
„오, 고마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등을 대고 돌아눕는다. „고마워, 토미.“
그녀를 향해 미소 짓지만, 내 안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찢어지는 것만 같다. 이것이 나의 삶이다. 이것이 나의 현실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엄마. 나에게 의존하는 엄마. 내가 여기에 없다면 완전히 길을 잃고 말 엄마.
그럼 나는? 나는 이렇게 있어도 길을 잃은 상태다.
„차 좀 끓여야겠어,“ 내가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엄마도 마실래?“
„그래, 한 잔 주렴,“ 엄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부엌에 물을 올리고 싱크대에 기대어 선다.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쉰다. 손이 떨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목이 조여온다. 눈물이 눈앞으로 밀려온다.
모든 걸 되돌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줄 텐데.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이 될 수만 있다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사람.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나는 내 자신의 삶에 갇혀 있다. 내 자신의 머릿속에. 내 자신의 두려움 속에.
물이 끓기 시작하고 나는 찻잔 두 개에 차를 따른다. 엄마를 위해 하나, 나를 위해 하나. 평소처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모든 것이 변했다. 그리고 나는 이걸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모른다.
엄마는 벌써 주무신다. 내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한다. 잠이 오지 않는다.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감정을 멈출 수가 없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빗방울이 마치 참을성 없는 방문객의 손가락처럼 창문을 두드린다. 마치 내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마치 나에게 경고하려는 듯이.
침대 옆 탁자 위에서 휴대전화가 빛난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메시지를 훑어본다. 베로니카에게 온 메시지는 없다. 내가 신경 쓰는 누구에게서도.
인스타그램을 열고 피드를 내리기 시작한다.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하지 않기 위해. 내가 저지른 짓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그러다 그를 보게 된다. 빅토르의 프로필. 그의 마지막 게시물. 수영장에서 찍은 사진. 사진 속에는 오직 물뿐이고 사람은 없다. 푸른 수면과 그 위에 부서지는 빛뿐이다. 그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는 때때로 느끼고 싶지 않은 것 속에 가라앉곤 한다.“
마른침을 삼킨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그의 프로필을 누르는 손가락이 떨린다. 그의 사진들을 훑어본다. 대부분 추상적인 사진들이다. 예술적인 사진들. 셀카는 없다. 얼굴도 없다. 오직 빛, 그림자, 색채뿐. 마치 숨어 있는 것처럼. 마치 보이고 싶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나는 그를 본다. 그 모든 사진 속에서 그를 본다. 그 모든 그림자 속에서. 그 모든 색채 속에서.
앱을 닫고 휴대전화를 침대에 던져버린다.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왜 그를 염탐하는 거지? 왜 이게 궁금한 거지?
이유는 알고 있다.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인정할 수 없다. 입 밖에 낼 수도 없다.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느끼는 게 내가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이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 거지?
평생토록 혐오해 왔던 사람이 되는 것일까? 평생토록 비웃어 왔던 사람이 되는 것일까? 평생토록 거부해 왔던 사람이 되는 것일까?
아니. 그럴 리 없어. 그러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미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면 어쩌지?
심호흡을 하고 다시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메시지 앱을 열어 그의 이름을 찾았다. 빅토르. 손가락이 자판 위에 떠돌았다. 뭐라고 보내야 하지? 내가 대체 그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미안해,“ 결국 이렇게 적었다. 단 한 마디. 너무나 적은. 너무나 부족한 말.
생각을 바꿀 겨를도 없이 전송해 버린다. 그리고 기다린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뛴다. 손바닥에 땀이 밴다. 기다린다.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는다. 당연하다. 내가 뭘 기대한 거지? 용서해 줄 거라고? 잊어줄 거라고? 내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거라고?
아니. 그럴 리 없다. 그리고 그의 입장이었다면 나라도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다시 천장을 올려다본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린다. 빗소리가 마치 조롱처럼 들린다. 내가 다 망쳐버렸다고, 모든 걸 파괴해 버렸다고 말하는 것 같다.
맞는 말이야. 내가 망쳤어. 전부 다 망쳐버렸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