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RALON.SPACE · ČLÁNEK
5. 7. 2026
022.03 MARTINA – Papírové stěny 11. 9. 05:00 – 12:30
형광등의 웅성거림은 기묘한 멜로디 같다. 내 유성펜이 빈 시간표 격자 위를 맴돌고 있지만, 생각은 완전히 다른 곳에 가 있다. 나는 브롬릴이 토니에게서 서류철을 받아 든 모습을 지켜본다. 그의 피로한 움직임, 기계적인 도장 찍기. „서류는 따라잡지 못하면 결국 넌 쫓기게 돼,“ 그 특유의 코치다운 현명한 체하며 그가 중얼거린다. 이 남자는 늘 깊이 있는 척하는 헛소리를 준비해 둔단 말이지. 요즘 그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새삼스럽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

형광등의 웅성거림은 기묘한 멜로디 같다. 내 유성펜이 빈 시간표 격자 위를 맴돌고 있지만, 생각은 완전히 다른 곳에 가 있다.
나는 브롬릴이 토니에게서 서류철을 받아 든 모습을 지켜본다. 그의 피로한 움직임, 기계적인 도장 찍기.
„서류는 따라잡지 못하면 결국 넌 쫓기게 돼,“ 그 특유의 코치다운 현명한 체하며 그가 중얼거린다. 이 남자는 늘 깊이 있는 척하는 헛소리를 준비해 둔단 말이지.
요즘 그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새삼스럽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그를 겨우 알았을 뿐이다. 지금 저기 게시판을 마치 구원이라도 찾듯 멍하니 바라보는 저 빅토르라는 남자처럼 말이다.
빈 격자를 바라보는 동안 머릿속으로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간다. 내 알몸 사진들. 인터넷상으로 퍼져나갔던 그것들. 펜을 쥔 손가락들이 굳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 했다. 여기선 안 돼. 지금은 안 돼.
브롬릴이 내가 멍하니 멈춰 선 것을 알아챈다. 그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그와 눈을 마주치지는 않는다.
문 앞에는 그 아이, 톰이 서 있다. 조각상처럼 완전히 미동도 없이. 마치 어떤 신호라도 기다리는 것처럼 토니를 빤히 응시한다. 한마디 말도 없이, 그저 문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을 뿐이다. 그 아이 특유의 조용한 긴장감이 거의 손으로 만져질 듯하다.
루제엔카가 전단지 상자를 들고 온다.
"여름 사진 콘테스트," 그녀가 말하며 클립에 껌이 붙은 볼펜 옆 탁자에 전단지들을 내려놓는다. 누가 이걸 여기에 둔 거지? 이 모임답기 그지없다.
나는 겨우 마음을 다잡고 내일 훈련 시간을 적는다. 토니가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내가 적는 숫자를 지켜본다. 숫자들이 맥박처럼 뛰는 것 같다. 멈춰 서는 전차의 붉은 경고등처럼.
"일은 끝이 없군," 브롬릴이 한숨을 쉬며 의자 깊숙이 주저앉는다. 공기 중에 토너와 땀 냄새가 밴다. 사무적인 일상과 운동의 열정이 뒤섞인 냄새다.
토니가 또 다른 종이뭉치를 집어 들다. 종이 한 장 한 장이 1톤이라도 되는 듯한 소리가 난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온다. 그 소리. 어떤 앱의 알림음.
빅토르, 톰, 토니 세 사람 모두 찰나의 순간 동안 굳어버리는 것이 보인다. 그들 모두 그 소리를 알아챈다. 토니의 표정은 변하지 않지만, 그의 눈빛 속 뭔가에… 마치 방 안을 난데없이 스쳐 지나간 전류 같은 것이 감돈다.
문득 토니도 그 소리를 잘 알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리고 세 사람 사이에 갑자기 감도는 팽팽한 긴장감은 거의 손으로 만져질 것만 같다.
나는 다시 시선을 내려 종이를 바라본다. 이건 내가 끼어들 싸움이 아니다. 하지만 저 이상한 세 사람의 수면 아래에는 또 얼마나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묻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