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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ÍN DELIŠ · HEAVY CONTEMPORARY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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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RALON.SPACE · ČLÁNEK

021.02 TOM – 폭풍의 능선 9. 9. ~ 10. 9. 18:00 ~ 02:45

나는 바위에 서 있었고 비는 미친 듯이 내리꽂혔다. 집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거기는 더 엉망이었을 것이다 — 엄마가 또 헛소리를 하고 계셨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그저 머릿속이 쑤시는 게 멎기를 바랐을 뿐이다. 온몸이 뼛속까지 젖어버린 걸 보니 거기 꽤 오래 서 있었던 모양이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오른손으로는 그 바보 같은 [...]

나는 바위에 서 있었고 비는 미친 듯이 내리꽂혔다. 집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거기는 더 엉망이었을 것이다 — 엄마가 또 헛소리를 하고 계셨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그저 머릿속이 쑤시는 게 멎기를 바랐을 뿐이다. 온몸이 뼛속까지 젖어버린 걸 보니 거기 꽤 오래 서 있었던 모양이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오른손으로는 그 바보 같은 감자 메달을 만지작거렸다. 받을 때는 쓸데없는 짓 같았는데, 지금은 늘 지니고 다닌다. 주변의 모든 것이 변할 때, 사람은 뭐라도 붙잡을 게 필요하니까.

번개가 하늘을 갈랐고, 그 섬광 속에서 실루엣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나보다 위쪽 전망대에 누군가 서 있었다. 이런 날씨에 대체 누가 여길 기어올라 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정신이 아니군, 하지만 나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뭐.

일어서서 가까이 다갔다. 그를 알아보았다. 빅تور였다.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다.

난간을 붙잡았는데 무언가가 등 뒤로 퍼져나갔다. 전기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천둥이 우르릉거렸고 내 혈관이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 중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는 빗속의 바보 둘처럼 거기 서 있었고, 내 몸에서는 물이 뚝뚝 흘러내렸으며 그도 별다르지 않았다.

또 한 차례의 번개, 아까보다 더 날카로운 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고 나는 순간 딴사람을 보았다. 전혀 계획한 게 아니었는데, 그냥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티보.“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말했다, 수년 동안 입 밖에 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머릿속에서 뭔가 스위치가 켜진 것 같았다. 동생이 내 머릿속으로 되돌아온 것 같았고, 내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안경을 쓴 그 아이, 수영장에서 내내 나를 힐끔거리는 그 아이에게서 문득 내 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빅토르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당연히 이해 못 하겠지. 그럴 리가 있나? 아무도 이해 못 한다. 티보르는 이미 오래전에 떠났다. 하지만 그 빗속에서,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쪼그라든 것 같았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열린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침묵이 찾아왔다. 오직 비뿐이었다. 빗방울이 피부를 따갑게 적셨지만, 속은 차가웠다. 손으로 썰 수 있을 정도로 짙은 침묵이었다. 나의 과거와 현재가 순식간에 한 점으로 모였다. 그리고 그 아이가 거기 서 있었고, 나는 그 아이에게서 죽은 내 동생을 보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나도 알았다. 여전히 그저 빅토르일 뿐이라는 것도. 하지만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평생을 알아온 두 이방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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