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3 Z 17
XII
가장 놀라운 건,
우리가 함께 있던 그 우주에서,
다른 우주는 없었다.
가능한 모든 방향이
몇 달 동안
단 하나의 현실로 접혀 들었다.
당신은 나의 지도 위에
전에 없던 곳에서 오곤 했고,
문 앞에 나타날 때마다
거리는 공간의 속성이기를 멈췄다.
다른 하늘을 찾을 이유는 없었다.
그대가 떠난 뒤에야
우주가 다시 열렸다.
폭발이 아니라.
너무도 조용해서,
처음에는 그냥
방 안의 외풍인 줄
알았다.
얇은 휘장 너로 지금 나는 본다
너 이전에 여기에 있던 삶을.
똑같은 거리들.
똑같은 정류장들.
똑같은 문.
하지만 빛은 다른 각도로 들어온다.
어쩌면 나는 돌아오지 않은 것일지도.
어쩌면 나는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일지도
이미 그 사이에 사라져 버린
세계의 지연된 상을.
이 주소에서 나는 서명해 두었다
태양 주위를 도는 다섯 번의 공전을 더.
종이는 서랍 속에 누워 있다
아직은 변함없는 모습인
궤도의 계산처럼.
그러나 밤이면 내게 열린다
이름 없는 지도들.
그 가장자리에는 장소들이 시작된다,
그곳의 시간이 나와는
아직 일치하지 않는.
어쩌면 어딘가에 이미 아침이 존재하고,
나는 아직 그 아침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방,
그곳에서 나는 아직 창문을 열지 않았다.
길,
그 길은 아직 이 지점에서부터
벽처럼 보인다.
내가 머무는 이유가 혹시 단지
내 떠남이
아직 이 시간에 들어오지 않은 것일까?
만약 내 지금의 경계 저편에서
이미 무언가 나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면,
나와 똑같이 진짜이면서,
다만 너무 멀리 있어서
아직은 서로를
알 수 없는 것일까?
모든 문이 닫혀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들의 빛이
아직 내게 도달하지 않은 것뿐이겠지요.

















